사회초년생의 일기..

중소기업 파트타임 웹디자이너 한달째 드는 생각

 

 

그냥 다른 어시스트 알바랑 비슷하다고 별거아니라는 듯한 말로 추천받은 알바자리 ..

 

졸업 전시 준비때문에 바빠야 하는게 정상이지만 

맨날 딴짓만하고 낮시간에는 뒹굴대다가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밍기적거리며 작업을 시작하는 생활을 하고있던 나는

남는시간에 돈이라도 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알바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포트폴리오를 보냈고, 애타는 마음으로 답변을 기다렸다.

그리고 잡힌 면접 날짜와 최대한 깔끔하게 옷을 입고 본 면접 ㅜㅜ

 

당장 다음주부터 나와줄 수 있냐는 말에 나는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구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싱글벙글하고 이제 돈벌 수 있다! 하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조금,,, 사실 엄청 많이 당황스러웠던 업무 

 

자리에 앉아서 지시받은 내용은

어떤 시장 쇼핑몰을 새로 만드려고 하는데, 그 사이트를 어떻게 디자인할지 어떤 콘텐츠를 담을지 아이디어 기획 피피티를 

단 두시간안에.. 해오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에는 그저 

새로온 알바생의 기획력?을 그저 시험해보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그저 열심히해서 잘보여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피피티를 만들어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전 이사님께 피피티를 보여드렸다.

 

돌아온 말은 

좋으니 이대로 웹을 디자인 시작해보라는 말

 

그냥 알바와 비슷하다구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하게 된 나의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너무 당황스러웠던 첫 날이었따...

 

그렇게 시작된 첫날이 지나고 어느새 한달이 되었다..

 

그냥 알바가 아니었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뿐이지 정식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있다는 사실은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과제와 실무는 정말 다르다는 생각을 정말정말 많이 한 한달이었다.

 

과제는 한 학기동안 한과목당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식이었지만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웹 메인과 서브디자인을 하루안으로 보여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3개월동안 고민하며 완성한 과제의 프로젝트도 나의 마음에 썩 들게 나오지 않고 있던,

어쩌다 A를 받으면 정말 좋아하고 

딱히 열심히 하는것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성적의 학생일 뿐이었던 나는 이곳에서 

우리 회사가 다른 업체로부터 일을 따내 올 수 있는 디자인을

하루안으로 뽑아야하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하고있었다.

 

매일매일 이사님이 디자인을 검사하고 

하루 업무가 끝나는 시간에는 오늘 하루동안 한 업무내용을 쫘르르 보여드리며 업무일지를 적었다.

 

충분한 시간과 고민을 하지 못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은 내 눈에 터무니없이 부족해보였고 

그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검사맡아야하는 시간들이 너무나 괴로웠다.

 

가끔 오시는 대표님이 나의 자리 뒤에 서서 오랫동안 내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있을때는 정말 긴장이 되는 시간이었다..

 

어떤 기업인지도, 웹의 타겟이 누구인지도 알지못하고 그냥 어떠한 내용이 들어가는지만 알 수 있는 기획서를 받아서 

내가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는건가? 하는 의구심만 가진채

일단 뭐라도 보여드려야되니까,..! 하는 마음으로 만들어낸 엉터리같은 작업물은 그대로 

우리에게 의뢰한 클라이언트 회사에 보내지고 

다른 디자인 업체들과 경쟁을 해서 우리와 일을 할지 안할지에 대한 결정을 기다려야했다.

 

 

내가 일을 못하면 우리 회사가 당장 일을 받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연락을 주기로 한 업체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않았을때

너무너무 심적으로 압박감이 느껴졌다.

결국 두번이나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결과를 물어본 후 내 디자인이 좋다는 업체의 답변을 받을 수 있었고

정말 그 순간 눈물이 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 난 

나정도면 남들보다는 디자인을 더 잘하지 않나?하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고있었는데

 

지금은 왜 남들처럼 빠르게 많이 작업을 하지 못하지 ?

난왜이렇게 포토샵을 못하지?

대학교 4년 다니는 동안 나는 뭘 배운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다행이 나는 이 모든게 내가 일을 시작한지 단 한달밖에 되지않은 초짜라서 드는 생각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적으로 당당해질 수 있을때 이런 무거운 중압감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정말 이런 힘든 생각이 정말 없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내가 너무 부족하고 돈을 받을 자격이 되는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회사가 필요한 사람은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이 아니고 회사에 일을 가져다 줄 책임감있는 디자이너일 텐데,

과연 나의 실력으로 우리회사에 먹칠을 시키는 것은 아닐지 너무 걱정이 된다 ...

 

매일 정말 열심히 하지만 ,, 그만한 실적이 안나오는 나를 회사에서 데리고있을 가치가 있기는 한건지..

내 실력은 정말 언제쯤 상승할 수 있을지..

 

일도 힘들지만 ,,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항상 가슴이 답답하다.

하지만 일을 내 손으로 그만두고싶지는 않다..

 

뭔가 도망치는 느낌이 드는 것이 싫다.

 

이전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때,, 학교 때문에 바쁠것이라는 핑계로 그저 무서워서 

거절 했었던 일을 아직도 후회하고는 한다 ..

 

지금 이 고비도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 느껴질 날이 과연 올까?

오겠지?

그때까지 난 매일 이렇게 힘들어야 할까?

짤리지는 않을까 ..

너무 떨리고 무섭다.